(사진1)2006년 11월에 촬영한 완쯔 구(Wan Chai/灣仔區)

현재의 홍콩은 뭔가 평행선에 서 있는 듯 보인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정치적인 면에서는 갈수록 사람들의 불만족이 심해져 가는 듯 보인다. 홍콩 병합에 따른 체제 변화에 따른 불안은 1980년대부터 계속된 일이다. 83년에 환율 폭락 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97년 홍콩 병합 직전 이민율(emigration rate/정확히는 홍콩 이탈율?)이 폭증하기도 했다. 대중매체에서도 병합에 따른 불안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과연 이것이 홍콩 국민들의 진짜 생각일까? 다른 포스팅에서도 봤겠지만, 올해 초 모 설문조사에 따르면 홍콩인의 90%가 과거 영국이 통치하던 시절이 현재보다 낫다고 응답했고, 2008년에는 전체 보통 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의 홍콩은 말이 민주화지, 완전하게 민주화된 곳은 아니다. 행정장관 선출을 시민들이 직접 할 수 없고, 선거인단 역시 중국 중앙정부의 손아귀에 놓여 있으며, 지방의회 의원 역시 선거법 규정으로 인해 친중국 계열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이다. 만일 앞에서 언급한 설문조사가 실제 홍콩인들의 생각이라면, 이는 대형 충돌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현재 중국 중앙정부의 정책은 "하나의 중국"이다. 일국양제라는 개념이 대만을 의식했지, 홍콩을 의식한 것이 아니라는 추측까지 나올 정도이다. 비록 97년에 50년간 기존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을 받아내기는 했지만, 홍콩도 나중에 가서는 완전히 중국에 흡수되어야 하는 곳이다. 만일 홍콩 시민들이 이것을 우려하는 것이라면, 중앙정부는 상당히 난처해질 것이다.

정치적으로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중국의 경제시스템은 자본주의를 채택하고는 있지만, 그 기저에는 공산당식의 계획 경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홍콩의 경제시스템은 경제상황이 좋을 시에는 정부가 거의 개입하지 않는 자유방임주의이다. 세율 등 각종 규정 역시 자본 투자에 유리하게끔 맞춰져 있다. 그러나, 만일 홍콩이 중국화된다면 과거에 누렸던 영광은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국의 경제특구 역시 홍콩과 비슷한 파격적 정책을 통해 대성공을 거뒀다는 점이다.

과연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기간이 끝나면, 홍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 중국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크나큰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중국식이 아닌 영국식으로 되어 있고, 민주화를 외치며, 자유방임주의를 옹호한다. 이는 중국 중앙정부의 경제 및 정치 시스템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기존 체제 내에서 이 갈등을 부분적으로나마 봉합할 수 있는 방법은 경제특구 말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봉합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인 갈등을 해결하고 홍콩인들을 중국인으로 끌어안으려면 신중하고 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1967년 폭동 때처럼 인민군을 동원해 홍콩을 점령해 버리자는 식의 발상이나 결국 홍콩은 자치를 종료하고 중국령이 된다는 것이나 어떻게 보면 똑같은 사고방식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홍콩은 아마도 중국화된다는 불안 속에서 겉으로는 성장을 지속하지만, 자치 이후의 시대를 걱정하는 기류는 여전한 것 같다. 중국 본토와 홍콩은 많은 면에서 서로 상반된다. 계획경제가 가미된 자본주의 대 긍정적 자유방임주의의 구도라던지, 민주주의 대 사회주의의 구도만 보더라도 얼마나 홍콩인을 끌어안는 게 어려운 문제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정치적·경제적 갈등을 모두 해결하지 않는 한, 자치 시대 이후의 홍콩은 또다시 1967년 폭동 때와 비슷한 격동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양측은 모두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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